소리매드에 대한 개인적인 시선 - 책갈피 3
안녕하세요. 시접선입니다.
이 기획 최초로 지각을 하게 됐는데요. 멍청하게 안좋은 타이밍에 해외를 다녀오게 되어서 제 때 제대로된 글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의 주제인데, 솔직히 이번 기획의 인원 수도 그렇고 각 분이 준비해오신 주제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활동 기간만 뚱뚱한 제 입장에서 차별점을 둘수 있는 좋은 주제가 특별히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목과 같이 그냥 제가 요즘 이 환경에서 보거나 생각하는 좋은 요소나 과거에 비해서 이런게 좋아졌구나~ 하는 부분에 대해서 중얼중얼 떠들어보는 글이 그나마 읽을 이유가 좀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어찌보면 주제가 없는 글일수도 있지만, 이러한 테마로 글을 적어보도록 하려고 합니다.
순서
거창하게 순서라고 적어놨지만, 솔직히 체계적인 얘기를 하고 싶어서 작성한건 아니고요. 얘기하고 싶은 주제가 대충 3개 정도라 간단한 소제목을 적고 싶어서 작성합니다.
거창하게 적어보자면 대충
문화에 대하여
애정에 대하여
미래에 대하여
이렇게 세개의 주제에 대해서 작성해보고 싶은데요. 좀 너무 무겁게 적은거 같아서 글 분위기가 급속도로 식어가는거 같지만 그렇게 심각하거나 대단한 얘기를 하려는건 아닙니다.
그럼 첫 순서에 대한 문화에 대하여 이야기를 좀 시작해보도록 할게요.
문화에 대하여
정말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저는 이 소리매드 라는 형태의 흐름이 한 제작년부터 최대의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는 일반적으로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 양식이나 상징 체계를 말한다고 하는데, 이러한 기준말고 위키백과 기준으로 유네스코가 정한 5개의 기준이 있습니다.
공유성, 학습성, 축적성, 변동성, 총제성으로 이렇게 다섯가지가 있는데, 이중 나머지 네 개 보다도 마지막의 총제성이 상당히 강화되어 있는 형태로 지금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총제성이라는건 이제 각 요소들이 상호 유기적인 관련을 맺고 통합성을 가진다는 특징인데, 딱 지금이 그러한 다양한 요소들이 각자 다른 형태로 자기만의 영역과 재미를 가지고 있으면서, 서로에게 상호 작용이 되면서도 화합을 이룰수 있는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높다고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여러분들중에 자신이 생각하는 다른 기준을 통해 현재가 황금기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못할 분도 있으실수도 있지만, 적어도 현재 체험한 데이터나 기간을 저 이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소리매드 가요제부터 시작해서 소리믹스나 렌더에러 같은 오프라인 행사가 성립할 정도의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손에 꼽기도 힘들정도로 많은 소규모 합작들과 대형 기획들이 연 마다, 과장 좀 보태서 월간으로 쏟아져 나오기도 하는 지금 이 시점에 드디어 이 소리매드라는 것이 문화로 성립하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제가 문화라는 표현을 굳이 가져온 이유도 사실 그런 이유입니다. 단순히 특정 장르의 영상이나 밈이 잠깐 유행하는 수준을 넘어, 하나의 흐름이 스스로를 재생산하고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특정 작자 몇 명이 중심이 되어 흐름을 이끌고, 그 사람들이 활동을 멈추면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식어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구조라기보다는, 수많은 제작자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흐름을 이어가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누군가 하나 빠진다고 해서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가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사람이나 다른 영역의 베테랑이 그 자리를 채우고 또 다른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식의 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장르적 확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비교적 정형화된 방식의 매드가 많았다면, 지금은 기술적인 면에서도 표현 방식에서도 상당히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단순 YTP 스타일의 곡을 덮는 단순한 방향성이 아닌, 편집 방식이나 사운드 구성, 개그의 구조 같은 것들도 점점 더 세분화되고 있고, 어떤 매드는 음악적인 완성도를 우선하여 최대한 풍성한 사운드를 만든다던가, 또 어떤 작품은 개그 타이밍이나 연출에 집중해 제작한다던가, 또 어떤 작품은 원작 소재의 해석 자체를 재미로 삼기도 합니다.
그런 방향성과 수많은 사람들의 애정을 통해 원래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허술하게 묶여있었던 소리매드라는 영역을 확실히 장르로써 받아들여질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흐름으로써 만들수 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런 다양한 방향성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정답이 있는 문화는 오래 유지되기 어렵지만, 여러 갈래의 흐름이 동시에 존재하는 문화는 생각보다 오래 살아남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서로 스타일은 다르지만 같은 동네 위에서 놀고 있다는 일종의 소속감이 형성되어 있어, 서로 다른 제작자들이 서로의 작품을 보며 영향을 받고 또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을 가능하게 만든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합작, 그중에서도 기획을 잘 깎아서 세일즈 포인트를 확실히 정한 합작들 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작도 물론 많지만, 합작 프로젝트의 규모나 빈도, 무엇보다 단일 합작이나 컨셉트를 잘 살린 좋은 합작들이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단순히 여러 사람이 한 작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서로의 강점을 살려 역할을 분담하고 각자의 영역에서의 의미있는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형태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항상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취향의 차이나 방향성에 대한 의견 차이도 생기게 마련이고, 실제로 자잘한 충돌도 제가 기억하는 것만 해도 꽤 되긴 하죠. 하지만 그런 차이 자체도 문화가 어느 정도 성장했다는 신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와 관점이 다양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기에 앞으로도 사소한 싸움은 조금 일어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마음가짐이 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이 시점을 단순히 “작품이 많이 나오는 시기” 정도로만 보지는 않습니다. 여러 제작 방식, 다양한 스타일, 활발한 협업, 그리고 오프라인 행사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보면, 이 소리매드라는 것이 하나의 취미 활동이나 유행을 넘어 점점 독자적인 문화권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과정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느껴집니다.
애정에 대하여
그래서 우리들이 이러한 흐름이 있을 때 가져야하는 태도나 마음가짐에는 어떤게 있을까 싶은데, 위에도 조금씩 언급한 애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싶습니다.
저는 솔직히 중간중간 소리매드라는게 굉장히 애증의 관계였습니다. 솔직히 별로 재밌지 않은 순간들이 많았어요. 완성할 때의 미묘한 카타르시스는 참 좋아했지만 의무감에 여러 기획에 참여해서 머리를 싸매면서 만들고, 싫은 소리도 많이 하고... 왜 이런 불편함을 느끼면서 하고있을까? 솔직히 이러한 감정을 느낄만한 다른 취미들도 많을텐데... 같은 생각을 하면서 제작을 하고는 했습니다.
그러다 한 2020년 쯔음에 한 합작을 하면서 좀 크게 반성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해외 작자분 중에 굉장히 잘 만드는 분이랑 같은 파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제가 조금 냉소적인 마인드로 작업을 하던 시절이었어서 그분에게 "이런 음매드를 만드는 것에 혹시 무슨 이유가 있나?" 같은 느낌으로 질문을 한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시원하게 만드는게 즐거워서, 그냥 창작의 한 형태니까 하고 깔끔한 대답을 해주셨는데, 그게 조금 부끄럽더라구요. 당시 제 태도나 여러가지 냉소적인 마인드에 마치 "왜 그런 마음으로 계속 하나?" 같은 의문을 확 던진거 같아서 굉장히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그 뒤로 조금 마음가짐이 달라진거 같았었습니다. 제가 진심을 어느정도 여기에 넣고 있다는걸 인정할수 있게 되었고, 어느정도 기획에 참여할때의 생각도 달라지더라구요.
예전에는 “어차피 해야 하니까 한다” 같은 느낌이 강했다면, 그 이후로는 “그래도 내가 좋아해서 하고 있는거겠지”라는 쪽으로 조금씩 생각이 이동한 것 같습니다. 물론 작업이 항상 즐거운 것만은 아닙니다. 여전히 막히고, 답답하고, 만들면서 괜히 시작했다 생각도 자주하는거 같습니다. 사실 거의 매번요. 하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냉소적인 시선으로 이걸 바라보지는 않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마음가짐의 변화가 생각보다 중요한 부분이라고 느꼈습니다. 결국 어떤 문화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태도로 참여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꽤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냉소적인 시선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서로에게도 그런 분위기가 전염되기 쉽고, 반대로 애정을 가지고 접근하면 그 역시 주변에 조금씩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애정이라는 것이 막 인생을 바치고 삶을 갈아박고 이런건 아니고, 반드시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거나, 항상 긍정적인 말만 해야 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다만 최소한 “이게 나에게 어느 정도 의미가 있는 활동이다” 라는 정도의 인식은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느낌이긴 합니다. 그 정도의 마음만 있어도 작품을 만들 때나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볼 때의 본인의 기분이나 전체적인 동네의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미래에 대하여
그래서, 미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물론 어마어마하게 나이를 많이 먹은건 아니지만, 현재 소리매드 커뮤니티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의 미래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이에는 도달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긴 합니다. 인터넷 늙은이는 서럽네요.
꽤 예전이라고 해야하나요, 한 4-5년전 부터 자주 느끼는 건데, 사람이 이게 좀 맹목적인거에 진심을 바치고 좀 별거 없는 것에 간절해보는 그런 시기가 필요하고, 그런 취미가 있어야합니다. 본인이 온전히 본인에게 바칠 수 있는 소중한, 자기만의 호감과 역사로 이루어진 자기의 이야기가 좀 있어야한다고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겨우 그게 "무슨 이상한 영상 짤라서 좌우반전 왔다갔다 하는거냐?" 라고 지적할 수는 있지만, 원래 유치하게 놀아야 즐거운 법입니다. 물놀이 할때 수영복이던 팬티바람이던 몸에 실오가리 덜 걸치고 물장구를 치면서 놀아야 즐겁지, 정장 다 입고 쪼그려 앉아서 손끝으로 찰박찰박 한다고 해서 난 놈이 되는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주 단순합니다. 지금 이 시기를 지나가고 있는 우리들이, 이 흐름을 너무 가볍게 흘려보내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취미라는 것이 기본적으로는 가볍게 즐기는 것이 맞지만, 가끔은 “지금 꽤 재미있는 시기를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정도는 느끼면서 같이 이 애정을 공유하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몇 년 뒤에는, 정말 희망적으로 보면 몇 십년까지도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유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도 있고, 또 다른 형태의 창작 문화가 중심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변화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의 활발한 흐름은 나름대로 소중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몇 년 뒤에 다시 돌아봤을 때, 지금 이 시기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할지도 모릅니다. "그때가 정말 찐퉁이었는데" 혹은 "그거 없었으면 지금도 없지" 같은 식으로 말입니다. 물론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확실하게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을, 예전부터 천천히 봐오던 입장으로 직접 체험하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꽤 의미 있는 전환점에 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이 시기를 조금 더 즐기면서, 또 가능하면 조금 더 애정을 가지고 참여해보고 싶습니다. 아주 거창한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때 나름 재미있게 참여했었다” 정도의 기억은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아마 많은 분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이 문화에 조금씩 시간을 쓰고, 작품을 만들거나 보고, 이야기하면서 이 흐름을 함께 지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그런 작은 참여들이 모여서 결국 지금의 소리매드라는 풍경을 만들고 있는 것이니까요.
지각도 하고, 사진도 없고 링크도 없는 지루한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는 감사합니다. 적고나서 보니 진짜 사람이 나이를 먹은건지 무슨 교장선생님 훈화말씀 같아서 좀 기분이 미묘하네요.
다음에는 진짜 재밌고 흥미로운 주제를 가져와 볼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시접선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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