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연 합작과 개인적인 의견
경연 합작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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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이번에는 다소 무겁고 비판적인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합니다.
매번 똑같은 주제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이번엔 다르다"며 희희덕거리고 다시 열리는 기획이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잘 굴러가나 싶다가도, 결국 더 진심으로 임했던 사람만 상처받고 끝나는 것. 바로 경연 합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선 저는 모든 대형 기획을 응원하는 입장입니다. 직접 해보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수많은 인원이 하나의 목표로 움직이게 만들어 마감 전까지 결과물을 취합하는 과정은, 구조상 기획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기획자가 마무리 작업까지 떠맡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경연이 아닌 일반 합작에서도 자주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합작 중간에 한 두명의 펑크로 인해 내부 인원인 몇몇이 더 일을 한다던가... 흔히 있는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인원만 많은 합작이 아니라 '경연'의 형태를 띠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겉보기에는 오히려 쉬워 보일지도 모릅니다. 제출된 작품들을 하나로 이어 붙여 편집할 필요 없이, 개별 작품들을 한번에 모아서 보여주기만 하면 되니까요. 어찌 보면 기획자의 역할이 일반 합작보다 더 작아 보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경연'은 고점이 정말 높은, 대단히 매력적인 기획입니다. 경쟁을 통해 사람들은 평소보다 훨씬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자신의 단점이나 약점을 보완하는 계기를 맞이하기도 합니다. 소위 말하는 선의의 경쟁이 만들어내는 가장 이상적인 결과물이라고 봅니다. 실질적으로 잃는 손해는 없으면서도 적당한 긴장감을 주는 환경에 놓이기 때문에, 참여자는 생각보다 크게 성장합니다. 스스로도 몰랐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경연 형태의 합작이 가진 남다른 매력입니다.
새로운 인원의 성장, 기존 인원들이 보여주는 뜻밖의 새로운 지평, 서로의 생각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새로운 목표까지. 말 그대로 제대로만 된다면 이보다 매력적일 수 없습니다.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죠. '이런 문화가 잘 정착하기만 하면 정말 남다른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 텐데...' 하는 기대를 품게 만듭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저는 바로 이 지점이 함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영상의 퀄리티와 의도를 온전히 담아내며 '진짜 고점'을 노릴 수 있는 것은 결국 개인작입니다. 합작은 엄연히 말해 타인에 의해 기한이 정해지기도 하고, 제작 과정에서 본인이 넣고 싶었던 요소 중 몇 가지는 포기한 채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니까요. "그래도 경연 합작은 온전한 개인작을 출품하는 자리이니 고점을 노릴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반론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높은 고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개인이 온전히 구상하고 통제한 개인작에서 탄생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봅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제부터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니다.
앞으로 이어질 내용은 다소 공격적이거나 민감한 주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혹시 글을 다 읽고 마음이 상하시거나, "이 부분은 분명히 틀렸다"며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댓글이나 DM 등 편한 방법으로 의견을 보내주세요. 감사히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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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이키라' 님이 소위 말하는 보이콧을 진행했습니다. 엄연히 따지면 조금 다른 형태의 저항 행위에 가깝겠지만, 이보다 더 적절한 단어가 언뜻 떠오르지 않네요. 어쨌든 "더 이상 이 기획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가장 극단적으로 표출한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기존의 다른 합작에서도 종종 있었던 일이지만, 이번 사건이 유독 크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이야말로 경연 합작이라는 형태가 가진 가장 치명적인 취약점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합작이 상호 간의 신뢰와 합의를 바탕으로 작동하지만, 경연 형태는 이를 훨씬 더 강하게 요구합니다. 즉, '건강한 경쟁이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을 참여자 전원이 명확히 인지하고 동의해야만, 토너먼트든 무엇이든 경쟁을 통한 이벤트가 제대로 성립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스포츠에서 승부조작이 터지면 판 전체가 비판을 받는 것처럼, 선의의 경쟁을 지탱하는 기본 틀이 무너지면 경연이라는 형식은 순식간에 아무런 의미도 남지 않게 됩니다.
내부 사정을 완전히 모르는 제삼자의 시선에서 냉정히 말하자면, 이번 일은 약속된 합의를 가장 크게 깨뜨린 행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동시에 공개하기로 약속한 작품을 본인의 채널에 먼저 업로드하고 참여 철회를 선언한 것은, 솔직히 굉장히 극단적인 선택입니다.
물론 그런 행동을 감행하게 된 그들만의 계기와 내막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부터는 평소 제가 이와 관련해 자주 해왔던 생각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비단 이번 경연 합작뿐만 아니라, 요즘 합작을 기획하는 분들 중에는 지나치게 안일한 태도로 임하는 사람이 많지 않나 싶습니다. 경연 합작이 유독 문제의 온상처럼 보이는 이유는,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기획자들이 이 형태를 섣불리 선택했다가 가장 파괴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터뜨리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 상호 간의 합의와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기획이다 보니, 판이 깨졌을 때 오고 가는 감정의 골도 다른 기획에 비해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쟁쟁한 제작자들의 아이디어와 결과물이 모여 10분, 20분이 넘어가는 거대한 작품이 완성되는 것을 보면 누구나 매력을 느낍니다. '나도 저기 참여해서 파트 하나쯤 맡는 건 그리 어렵지 않겠다'라는 생각은 솔직히 틀린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참여자로서의 역할은 그리 크지 않기도 하고요.
하지만 플레이어가 아닌 '기획자'가 되는 순간, 난이도는 차원이 달라집니다. 일정 조율, 소통, 인원 관리 같은 실무적인 부분을 다 떠나서, 제작자들이 '정말 참여하고 싶게 만드는 타이틀(명분)'을 구축하는 것 자체가 생각보다 엄청난 일입니다.
저는 이를 설명할 때 '로어(Lore)'라는 단어를 쓰는 걸 좋아합니다. 흡인력 있는 기획이나 구상을 짜내려면 말 그대로 '역사와 서사'가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매료될 만한 이야기를 성립시키는 근거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기획자 개인의 독보적인 능력이든, 시대를 관통하는 유행 소스나 메타를 활용하는 안목이든, 아니면 그 둘 모두를 영리하게 버무려낸 결과물이든 말입니다.
심지어 '경연'이라면 이 로어를 구축하는 게 더더욱 힘이 듭니다. 경연을 치를 만한 의욕과 구상 능력을 갖춘 인원을 확보해야 하고, 각 팀의 진행 상황까지 철저히 관리해야 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경연 합작의 '일정 연장'은 사실상 규칙이 완전히 붕괴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경연을 열었는데 과반수가 제시된 마감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사실상 기획 자체가 마비된 것이죠. 이는 앞서 언급한 상호 간의 합의를 통째로 무시한 처사입니다.
물론 기한을 맞추지 못한 참여자들이 일차적으로 가장 큰 문제지만, 이들을 구제하겠다고 주최진이 일정을 조정하는 선택을 내리는 순간부터는 논리가 완전히 꼬여버립니다. 어차피 이렇게 쉽게 늘어날 일정이었다면, 애초에 마감을 지킨 사람들은 바보가 되는 꼴이니까요. 일정 조정이 들어간 순간 기존 일정을 준수한 인원에 대한 존중은 사라지며, 경연 합작 또한 그 형식적인 의미를 완전히 상실하게 됩니다.
비단 경연 합작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본래 합작이란 주최자가 모든 고생을 도맡아야 하는 구조의 기획입니다. 완성도가 높고 마무리가 깔끔한 합작일수록, 주최자가 일방적으로 더 많은 노력을 갈아 넣은 결과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최근의 여러 합작 시도들을 보면, 주최자가 짊어져야 할 무게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무턱대고 기획을 밀어붙이다가 결국 최악의 선택을 내리는 경우가 너무 잦은 것 같습니다.
책임감도, 배경지식도 부족한 이가 섣불리 합작을 엽니다. 허술하게 짜인 일정과 기획에 사람들을 억지로 밀어 넣고, 정작 신경 써야 할 일의 경중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운영을 이어갑니다.
결국 기획이 삐걱거리기 시작하면, 상대적으로 진심이었던 내부 인원들이 판을 깨지 않으려고 억지로 캐리하며 기획을 인공호흡 시킵니다. 그러다 마침내 그 진심이었던 사람들마저 다른 참여자들과 자신의 마음가짐 사이에 존재하는 거대한 괴리감을 버티지 못하고 멘탈이 무너져 내립니다. 그리고 기획은 폭발합니다.
최근의 여러 기획을 보면 경연 여부를 떠나 거의 매번 이 패턴이 반복되는 느낌입니다.
솔직히 요즘은 어느 정도 체급(규모)이 보장되는 기획이 아니면 참여조차 안 하려는 분위기가 조금 있어보입니다. 기획을 여는 주최자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흐름이나 메타를 포착해 다 같이 재밌는 걸 만들어보자'는 순수한 목적보다는, '내가 이 대형 합작을 열고 총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서 오는 권력감이나 고양감에 취해 있는 이들이 종종 눈에 띕니다. 동기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런 의도로 판을 벌여놓고는, 정작 중간에 무책임한 선택을 내리거나 기획을 중도 포기해 버리니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주최자들이 이런 의도가 있다는건 아니지만 실제로 너무 허무하게 터진 합작을 몇 번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본의는 아니겠지만, 이런 주최자들이 결과적으로는 이 생태계의 귀중한 자원만 갉아먹고 아무런 결과물도 내놓지 못하는, 소위 '거머리' 같은 행위를 하게 됩니다. 안 그래도 좁은 판에서 커뮤니티 분위기는 분위기대로 흐려놓고, 창작자들의 제작 욕구는 바닥을 치게 만듭니다. 게다가 합작이 아예 진행되지 않은 건 아니니, 참여자들의 시간과 노동력은 시간대로 뺏어갑니다.
그야말로 최악의 악순환입니다. 단지 개인의 고양감을 채우기 위해 타인의 시간과 자원을 남김없이 빨아먹고 파국을 도출해 낸다니, 문장으로 적으면 이만큼 무서운 일이 없습니다.
가장 슬픈 부분은, 내부 참여자들이 이러한 파국을 쉽게 막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핵심 인력들이 정작 합작의 운영이나 방향성에는 가장 적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나쁘게 말하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불안정한 기획에 자신의 작품을 고스란히 바친 채 그저 정상적으로 끝나기만을 기도해야 하는 처지라는 뜻입니다. 창작자 입장에서 손해도 이런 손해가 없네요.
그렇기에 저는 사이키라 님이 취한 행동이, 참여자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의견 표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제 시선에는 그것이 나름의 배려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만약 그가 "기획은 몰라도 운영에 구멍이 너무 많다", "이런 식의 일정 조절은 단순한 규칙 위반을 넘어 경연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상황이 꼬인 데는 주최 측의 이런 문제가 있다"며 조목조목 따지고 들었다면 판은 더 진흙탕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그냥 '내 마음에 들지 않아 이 기획에 더는 참가하지 못하겠다', '주최 측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단순히 내 감정이 이 방향성과 맞지 않아 내린 결정이다'라는 선에서 멈추게 행동했습니다.
겉보기에는 다소 막무가내처럼 보일지 몰라도, 솔직히 계외의 분위기를 많이 고심하고 행동한 흔적이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그의 선택에 내심 마음이 쓰이고 공감이 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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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글을 끝맺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결론은 "책임감을 가져라" 같은 시시콜콜한 얘기가 아닙니다. 조금 유치하게 들릴지 몰라도, 우리가 서로 정한 암묵적인 규칙이 무엇인지 제대로 되짚어보고, 그것을 지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각자 인식하자는 이야기입니다.
누군가는 "돈 한 푼 오가지 않는 동네에서 이렇게까지 진지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돈이 움직이지 않는 문화이기에 바로 그 정도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금전적인 이득이나 사회적 직위가 주어지지 않는 무대의 장이기에, 무엇보다 순수하고 무구한 목적과 의도가 필요합니다.
책임감을 논하기 전에 '내가 이걸 왜 하는지', '어떤 자세와 목적으로 임하고 있는지'를 정립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 목적이 무조건 거창하거나 깨끗할 필요는 없습니다. 진짜 솔직하게 조회수를 빨아먹고 싶어서, 구독자를 늘리고 싶어서, 혹은 대형 합작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주는 고양감이 좋아서... 이런 남들에게 선뜻 말하기 부끄러운 세속적인 이유여도 괜찮습니다. 대신 이러한 의도를 스스로 당당하게 인정하거나, 설령 밖으로 밝히지 못하더라도 괜히 '있어 보이는 다른 이유'로 포장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의도가 확실해지면 행동의 이유가 단순해집니다. 이유가 단순해지면 앞으로 나아갈 때 모호함이 사라집니다. 저는 주최 측의 무책임한 합작 파기나 참여자들의 마감 오버런 현상 대부분이, 바로 이 내면의 근거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서 일어난다고 봅니다. 스스로 자기 감정과 행동에 대한 근거조차 찾지 못했는데, 남들과 한 배를 타고 무언가를 잘 해낼 리 만무합니다.
합작을 할 때는 남들이 원하는 것과 자신의 의도가 겹치는 합의점을 찾아 그 부분을 조율해 나가면 됩니다. 그 과정에서 '이것만은 확실히 선을 넘지 말아야겠구나', '이 정도는 어느 정도 융통성을 부려도 되겠구나' 하는 상호 이해가 생기고, 비로소 유연하면서도 단단한 규칙을 짤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아주 기본적인 부분부터 다시 시작해야 앞으로 유사한 참사를 막을 수 있습니다.
최근 영상을 만들거나 합작을 여시는 모든 분을 비판하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분명 최근에도 훌륭한 기획들이 많았고, 주최자의 뛰어난 역량과 진행력으로 멋지게 마침표를 찍은 합작도 존재합니다. 다만 이러한 내면의 기준이 미흡한 탓에 진행 과정에서 애로사항을 겪고 중도 무산되거나, 온전한 결과물을 뽑아내지 못한 기획 또한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이 현재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거나 그런 한계에 봉착한 분들에게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판에 문제가 터질 때마다 평소 개인적으로 꼭 전하고 싶었던 생각이었기에, 늦게나마 짧은 글로 적어 올려봅니다.
다음에는 더 좋은 주제로 뵙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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